전하 균형이 효율과 롤오프를 함께 가른 라디칼 OLED
연세대와 케임브리지 연구진이 라디칼 발광체로 만든 근적외선 OLED입니다. 호스트를 바꿔 박막 광발광 효율이 21%에서 8%로 떨어졌는데 소자 효율은 6.2%와 5.7%로 거의 같았습니다. 전하 균형이 광발광 손실을 메꾼 것입니다. 둘을 함께 잡으니 EQE 8.1%가 나왔고, 고전류에서 효율을 깎는 범인은 정공으로 지목됐습니다.
DOI 10.1002/adfm.78903OLED의 효율 천장은 스핀에서 온다. 전류로 만든 엑시톤 가운데 넷 중 하나만 단일항이고 나머지 셋은 삼중항이라, 형광 재료는 25%에서 멈춘다.
그 천장을 넘는 방법이 그동안 둘이었다. 인광은 무거운 금속으로 삼중항을 빛으로 바꾸고, TADF는 삼중항을 단일항으로 되올린다. 둘 다 삼중항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였다.
라디칼 발광체는 질문 자체를 비껴간다. 홀전자를 가진 개각 분자라 바닥상태가 doublet이고, 여기상태도 doublet이다. 스핀 금지 전이가 애초에 없어서 삼중항을 다룰 필요가 없다.
이 논문이 다루는 소자는 그 라디칼로 만든 근적외선 OLED다. 파장 804나노미터, 화면 색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꼭지가 이 편을 고른 이유는 발견이 파장에 매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호스트를 바꿔 가며 소자를 만들다가 설명되지 않는 결과를 만났다. 박막의 광발광 효율이 3분의 1로 떨어졌는데 소자 효율은 거의 같았다.
그 자리를 파고들어 나온 결론이 둘이다. 전하 균형과 발광 효율은 따로 고를 수 없고, 같은 전하가 고전류에서 효율을 깎는 범인이기도 하다.
1. 라디칼 발광체는 왜 스핀 통계를 비껴가나
바닥상태부터 홀전자를 가진 개각 분자라 발광 전이가 doublet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짝지은 전자만 가진 보통 분자는 바닥상태가 단일항이고, 전류로 만든 엑시톤의 4분의 3이 삼중항이 되어 형광으로 쓸 수 없다.
라디칼은 전자 하나가 짝 없이 남아 있다. 그 분자의 바닥상태와 최저 여기상태가 모두 doublet이고, 둘 사이 전이는 스핀 허용이다. 삼중항 수확이라는 과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소자에서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논문의 소자는 라디칼 발광체 TPA-PyBTM′를 호스트에 3%만 섞은 구조다. 전류가 만드는 엑시톤은 대부분 호스트에서 생기고, 그것이 라디칼로 넘어와야 doublet 발광이 된다.
그 넘어오는 과정이 이 편의 전장이다. 호스트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하가 얼마나 균형 있게 들어오는지와 에너지가 넘어오며 얼마나 잃는지가 함께 달라진다.
2. 광발광 효율이 3분의 1인데 소자 효율은 왜 같았나
전하 균형이 광발광 손실을 거의 메꿨기 때문이다. 넓은 띠 간격 호스트 CBP에 라디칼을 섞은 박막의 광발광 양자효율은 **21%**이고, 엑시플렉스 호스트(TCTA:B4PYMPM)에 섞은 박막은 **8%**다. 세 배 가까이 낮다.
그런데 소자로 만들면 최대 외부양자효율이 **6.2%와 5.7%**다. 거의 같다. 박막에서 세 배 벌어진 차이가 소자에서 사라졌다.
엑시플렉스 호스트가 전하 쪽에서 벌어 온 것이다. 두 수송 재료가 만드는 엑시플렉스는 주입 장벽을 없애 전자와 정공을 고르게 들여보낸다. 재결합이 균형 있게 일어나니 같은 전류로 더 많은 엑시톤이 생긴다.
대신 에너지 쪽에서 잃는다. 엑시플렉스를 경유하는 여기 경로가 중간에 큰 에너지 손실을 만들고, 그것이 박막 광발광 효율 8%로 나타난다. 벌어 온 것과 잃은 것이 상쇄돼 소자 효율이 제자리였다.
이 관찰이 설계 지침을 뒤집는다. 라디칼 발광체를 평가할 때 박막 광발광 효율을 지표로 쓰면, 소자에서 어떻게 될지를 알려 주지 못한다. 전하가 어떻게 들어오는지가 같은 무게로 걸려 있다.
3. 둘을 화해시킨 녹색 TADF 호스트
벌고 잃는 관계라면 둘을 함께 잡는 호스트를 찾으면 된다. 연구진이 고른 것은 녹색 TADF 재료 CzDBA다. 순수 박막에서 광발광 효율이 90% 이상이고 전자와 정공을 모두 나르는 양극성이다.
겹침도 맞았다. 라디칼 발광체의 흡수가 자외선에서 녹색까지 넓게 퍼져 있어 CzDBA의 발광과 잘 겹치고, 에너지 전달이 효율적으로 일어난다. 이 박막의 광발광 효율은 **26%**로, 엑시플렉스계(10% 미만)보다 분명히 높다.
에너지가 넘어오는 길도 보통의 하이퍼형광과 다르다. 과도 광발광에서 라디칼을 섞으면 지연 발광의 개시 시점이 순수 CzDBA보다 빨라진다. 지연 FRET가 지배한다면 개시가 순수 박막과 비슷해야 하므로, 이 결과는 **계간전이 뒤 덱스터 전달(DET)**이 주 경로임을 가리킨다. FRET와 DET가 함께 기여한다.
소자 성능이 그만큼 올라갔다. 외부양자효율 8.1%(804나노미터), 최대 라디언스 70,800mW/sr/m²다. 엑시플렉스 기준 소자와 비교하면 효율은 40% 이상, 라디언스는 70% 이상 높다.
| 호스트 | 박막 광발광 효율 | 최대 EQE | 비고 |
|---|---|---|---|
| CBP (넓은 띠 간격) | 21% | 6.2% | 광발광은 좋고 전하 균형은 불리하다 |
| TCTA:B4PYMPM (엑시플렉스) | 8% | 5.7% | 전하 균형은 좋고 에너지에서 잃는다 |
| CzDBA (녹색 TADF) | 26% | 8.1% | 양극성 + 높은 광발광 효율 |
롤오프도 눌렸다. 10mA/cm²에서 최대 효율의 80% 이상이 남고, **100mA/cm²에서도 5.2%**로 최대의 60% 이상을 유지한다. 켜짐 전압은 2.7V, 수명은 0.1mA/cm²에서 약 65시간으로 엑시플렉스 소자보다 35% 길다.
4. 고전류에서 효율을 깎는 것은 무엇인가
정공이다. 연구진은 포아송 방정식과 드리프트-확산 방정식을 함께 풀어 발광층 안의 전하와 엑시톤 분포를 계산했고, 손실 경로를 종류별로 갈라 전류밀도에 따라 추적했다.
저전류에서는 doublet 채널 자체의 비복사 감쇠가 효율을 제한한다. 정공 유발 소광과 전자 유발 소광이 그 뒤를 따르는 2차 경로다.
고전류로 가면 지형이 바뀐다. 정공 유발 doublet-폴라론 소광(h-DPQ)이 doublet 채널의 지배적 손실이 된다. 정공 주입이 효율적일수록 발광층의 정공 밀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그 정공이 doublet 엑시톤을 소광한다. 전자 쪽(e-DPQ)은 중간 전류 영역(10~100mA/cm²)에서 눈에 띄게 기여한다.
같은 전류 구간에서 삼중항-폴라론 소광(h-TPQ)과 삼중항-삼중항 소멸(TTA)도 함께 늘어난다. 고주입 조건에서 폴라론과 엑시톤의 상호작용, 엑시톤끼리의 소멸이 모두 커진다는 뜻이다.
내부양자효율 곡선에는 그 전환이 76.8mA/cm²(9V) 부근의 문턱으로 나타난다. 그 아래와 위에서 손실의 주인이 다르다.
자기장 측정이 보조 증거를 준다. 저전류(10mA/cm² 이하)에서 양의 자기-전계발광 응답이 나오는데, 이는 삼중항에서 doublet으로 가는 덱스터 전달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고 과도 광발광의 지연 성분과 맞아떨어진다.
이 절이 이 논문의 값어치가 가장 큰 자리다. 롤오프를 「고전류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로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전류에서 어떤 소광이 주인인지를 갈라 놓았다. 다음에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가 그 분해에서 나온다.
5. 초록과 본문 사이
초록은 전하 균형과 발광 효율을 함께 잡았다고 적는다. 본문에 들어가면 조건이 넷 붙는다.
첫째, 804나노미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다. 이 소자는 화면용이 아니고, 적용처는 생체 센싱·광통신·야간 조명 쪽이다. 발견이 OLED 전반에 닿는 것과 이 소자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둘째, 효율 8.1%는 근적외선 안에서의 숫자다. 800~900나노미터 영역의 보고치들과 견주면 좋은 값이지만, 가시광 인광·TADF OLED의 20~30%대와 나란히 놓으면 안 된다. 라디칼 OLED가 아직 그 자리에 없다.
셋째, 수명 65시간은 0.1mA/cm²에서 잰 값이다. 매우 낮은 전류이고, 디스플레이가 요구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엑시플렉스 소자보다 35% 길다」는 상대 비교로 읽어야 한다.
넷째, 손실 분해는 모사 결과다. 포아송·드리프트확산 결합 계산이 실측 외부양자효율 곡선의 모양을 재현했다는 것이 근거이고, h-DPQ를 분광으로 직접 못 박은 것은 아니다. 자기-전계발광 측정이 덱스터 전달 쪽은 받쳐 주지만 소광 경로의 범인 지목까지는 모사에 실려 있다.
그리고 찾아봤지만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라디칼 발광체를 가시광에서 같은 설계로 썼을 때 어떻게 되는지다. 이 논문의 결론은 호스트의 양극성과 에너지 겹침으로 되어 있어 가시광으로 옮길 때 그대로 성립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 확인은 범위 밖이다.
6. 산업까지 남은 거리
지금 이 소자가 패널에 들어갈 일은 없다. 근적외선이고, 효율도 수명도 디스플레이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래도 이 편을 심층으로 다룬 이유는 옮겨 쓸 수 있는 것이 둘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평가 지표의 자리다. 발광체를 박막 광발광 효율로 줄 세우는 습관이 라디칼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 준다. 박막에서 21%와 8%로 세 배 벌어진 차이가 소자에서 6.2%와 5.7%로 좁혀진 것이 그 증거다. 호스트의 전하 수송 성질이 같은 무게로 걸려 있다면, 재료 선별 단계에서 둘을 함께 재야 한다.
다른 하나는 롤오프를 범인별로 가르는 방식이다. 전류 구간마다 주인이 다르다면 대책도 달라진다. 저전류에서 비복사 감쇠가 주인이면 분자를 고쳐야 하고, 고전류에서 정공 유발 소광이 주인이면 정공을 더 잘 넣는 것이 답이 아니라 문제가 된다. 이 역전은 인광·TADF 소자의 롤오프 논의에도 같은 형태로 있다.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doublet 발광의 천장이 어디인가. 스핀 통계를 비껴간 대가로 폴라론 소광에 더 취약한 것인지, 아니면 이번 구조의 특성인지는 이 논문이 답하지 않았다. 가시광 라디칼 OLED가 나와야 비교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