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백플레인 소재 IGZO가 메모리로 간 이유
20년 넘게 화면 뒤 스위치로만 쓰이던 IGZO를 동국대 연구진이 수직 메모리의 저항 스위칭층으로 세웠습니다. 열쇠는 스퍼터가 아니라 ALD였고, In:Ga:Zn 비율을 1:3:1까지 갈륨 쪽으로 밀어야 비로소 스위칭이 살아났습니다. 디스플레이 공정팀이 익숙한 소재가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DOI 10.1002/advs.77076IGZO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다뤄 본 산화물 반도체다. 화면 뒤에서 화소를 켜고 끄는 박막트랜지스터(TFT)의 채널로 20년 넘게 쓰였고, 높은 이동도와 대면적 균일도는 이미 검증이 끝난 물성이다. 그런데 이 소재를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메모리의 저항 스위칭층으로 쓴 연구는 놀랄 만큼 적다. 논문도 이 대목을 직접 짚는다. IGZO 연구의 대부분이 디스플레이용 평면 산화물 반도체에 몰려 있었고, RRAM의 활성 스위칭층으로 파고든 연구는 소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동국대 연구진은 그 빈칸을 3차원 수직 구조에서 채웠다. 구멍을 뚫고 그 옆벽에 IGZO를 5나노미터 두께로 입혀 위아래 전극 사이의 저항을 바꾸는 소자를 만들었고, 하나의 소자가 잠깐 기억하는 상태와 오래 기억하는 상태를 함께 갖도록 설계했다.
1. 왜 어려운 문제였나
수직 구조에서 소재를 다루는 일은 평면과 완전히 다르다. 구멍 옆벽은 바닥과 각도가 달라, 위에서 원자를 뿌리는 방식으로는 옆면에 고르게 입혀지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양산 라인이 IGZO를 올릴 때 쓰는 방식이 바로 그 “위에서 뿌리는” 물리기상증착(PVD, 스퍼터)이다. 평평한 유리 기판 위라면 문제가 없지만, 수직 구멍 안에서는 옆벽 피복이 얇아지고 끊긴다. 실제로 스퍼터 IGZO에 기댄 기존 연구들이 계단 피복 불량과 들쭉날쭉한 스위칭 특성에 발목을 잡혔다고 논문은 정리한다.
2. 무엇을 어떻게 했나
연구진이 택한 방법은 플라즈마 원자층증착(PEALD)이다. 원자층을 한 겹씩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 구멍 옆벽에도 같은 두께로 붙는다. 공정 조건은 150도, 10밀리토르. 열 ALD 대신 플라즈마를 쓴 이유도 분명하다. 이미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 위에 다시 막을 올리는 작업이라 아래층에 열 손상을 주지 않아야 했다.
여기서 디스플레이 엔지니어에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조성을 갈륨 쪽으로 크게 밀지 않으면 소자가 아예 동작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인듐·갈륨·아연 산화물의 서브사이클 수를 3 대 9 대 1로 잡아 최종 조성 1 대 3 대 1을 맞췄다. 각 산화물의 사이클당 성장률이 달랐기 때문이다. 인듐 0.08나노미터, 갈륨 0.10나노미터, 아연 0.25나노미터가 한 사이클에 자란다.
이렇게 갈륨을 늘린 조성(1:3:1)에서만 뚜렷한 저항 스위칭이 나타났고, 갈륨이 적은 조성에서는 저항 변화 없이 금속처럼 전류가 흘렀다. 이유는 산소공공이다. 갈륨이 적으면 금속과 산소의 결합이 약해 산소공공이 과하게 생기고, 자유전자가 너무 많아져 꺼진 상태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갈륨을 늘리면 결합 네트워크가 단단해져 산소공공이 저절로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그래야 전압으로 산소공공을 움직여 켜고 끄는 조절이 가능해진다.
완성된 박막은 표면 거칠기 평균 0.144나노미터로 매우 평탄했고,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컨택홀 옆벽을 5나노미터 두께로 균일하게 덮은 것이 단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확인됐다. 소자 구조는 백금·IGZO·질화티타늄을 쌓은 형태이며, 질화티타늄 전극 두 층을 산화규소로 갈라 2단으로 세웠다.
3. 하나의 소자가 두 가지로 기억한다
이 연구의 핵심은 소자 하나를 두 가지 모드로 나눠 쓴 데 있다.
포밍 전에는 전류를 흘려도 상태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4.5볼트를 걸면 전류가 늘며 고저항에서 저저항으로 넘어가고, 마이너스 5볼트에서 되돌아온다. 그런데 켠 상태를 그대로 두면 전류가 빠르게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성질이다. 언뜻 결함처럼 보이지만,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신호를 처리하는 리저버 컴퓨팅에서는 이 “잊음”이 바로 필요한 기능이다.
포밍 후에는 반대로 상태가 남는다. 학습된 가중치를 담아 두는 판독층 역할이다.
두 모드의 신뢰성 수치는 다음과 같다.
| 항목 | 조건 | 결과 |
|---|---|---|
| 휘발성 스위칭 내구성 | 2V 펄스 반복 | 5만 사이클, 켜짐·꺼짐 저항비 약 10 유지 |
| 컨덕턴스 변조 폭 | 100 사이클 평균 | 0.222µS, 계통적 감소 없음 |
| 비휘발성 스위칭 내구성 | 읽기 전압 -0.1V | 5천 사이클 |
| 데이터 유지 | 읽기 전압 -0.1V | 1만 초 |
| 아날로그 가중치 조절 | set 3V·reset -2V, 각 0.05초 | 50회 연속 펄스에서 매끄러운 증감 |
생물 시냅스를 닮은 거동도 확인됐다. 두 펄스의 간격을 0.1초에서 3초까지 벌리며 측정하자, 간격이 짧을수록 두 번째 응답이 커지는 짝펄스 촉진이 지수적으로 나타났다. 걸어 주는 전압에 따라 “잊는 속도” 자체도 달라졌다. 마이너스 1볼트에서는 전류가 빠르게 사라졌지만 플러스 1볼트에서는 40초 동안 상태가 유지됐다. 같은 소자로 서로 다른 시간 상수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4. 결과
연구진은 휘발성이 다른 여러 소자를 나란히 놓아 리저버를 넓히는 구성(wide RC)을 하드웨어로 구현하고, 손글씨 숫자와 의류 이미지 분류에 붙였다.
| 과제 | 넓은 리저버 | 단일 리저버 |
|---|---|---|
| MNIST 손글씨 숫자 | 91.31% | 84.39% |
| Fashion-MNIST 의류 | 82.73% | 79.9% |
분류 한 번에 드는 에너지는 3.70나노줄로 추산됐다. 리저버와 판독을 모두 소자로 처리하는 완전 하드웨어 구성이라, 판독을 소프트웨어에 맡기던 기존 방식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5. 의미
디스플레이 업계 입장에서 이 논문이 갖는 값은 성능 수치보다 소재와 공정의 확장성에 있다.
첫째, IGZO의 쓰임새가 화면 뒤 스위치를 넘어선다. 패널 회사와 소재 회사가 이미 20년 치 노하우를 쌓아 둔 물질이 3차원 메모리의 활성층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그 노하우가 그대로 값이 된다.
둘째, ALD가 IGZO 공정의 선택지로 확실히 올라온다. 이 연구가 스퍼터로는 안 되고 ALD로만 됐다고 명시한 지점은 수직 구조의 옆벽 피복이었다. 디스플레이도 화소가 작아지고 구조가 입체로 갈수록 같은 문제를 만난다. 옆벽에 균일하게 입히는 능력이 필요해지는 순간, 이 논문이 정리한 PEALD 조건과 조성 설계는 그대로 참고 자료가 된다.
셋째, 조성 설계의 교훈이 분명하다. 같은 IGZO라도 인듐과 갈륨의 비율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소자가 아예 다른 물건이 된다. TFT에서는 이동도를 위해 인듐을 늘리지만, 이 소자에서는 갈륨을 세 배로 늘려 산소공공을 눌러야 비로소 꺼진 상태가 만들어졌다. 산화물 반도체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다시 확인할 값어치가 있는 대비다.